교실이 없으면 과목도 없다, 재정난이 흔드는 고교학점제
제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보도에 따르면 제주도교육청은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해 학교에 배정했던 교실 증축 사업비를 다시 회수하고, 일부 사립학교의 시설사업도 뒤로 미뤘다. 도의회 교육위원장은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점을 짚으며 '예산을 줬다 뺏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안이 눈에 띄는 이유는 단순한 지역 예산 집행 문제가 아니라, 고교학점제라는 제도의 구조적 약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제도는 전국 공통인데, 그걸 실제로 돌리는 돈은 각 교육청 재정 상황에 따라 다르다.
왜 이게 학생의 과목 선택과 직결되나
고교학점제의 핵심은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는 것이다. 그런데 과목을 늘리려면 그만큼 교실, 실습실, 이를 운영할 교사가 더 필요하다. 시설 예산이 끊기면 교육청이 아무리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라'고 독려해도 학교는 공간이 없어 못 여는 상황이 생긴다.
결국 학생이 체감하는 선택권은 제도 설계가 아니라 그 지역, 그 해의 재정 형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앞서 지적돼 온 지역·학교 간 개설 과목 격차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교육청 탓만 할 수 있을까
다만 이 문제를 교육청 혼자만의 책임으로 몰기는 어렵다. 지방교육재정은 상당 부분 중앙정부 교부금(지방 교육을 위해 나라가 내려보내는 돈)에 달려 있고, 교육청이 쓸 수 있는 돈은 한정돼 있다. 예산을 배정했다가 거둬들이는 건 재정 전체 그림 속에서 우선순위가 조정된 결과일 수 있다.
그럼에도 한번 약속한 시설 예산을 번복하는 방식은 학교 현장의 계획을 흔들고, 학생·학부모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은 유효하다. 제도 취지와 실행 재원 사이의 간극을 메울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는 뜻이다.